어떻게 걔는 그럴 수 있대
ㅂ은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슈와 가십거리들을 찾아 방방곡곡을 떠도는 사냥꾼을 직업으로 삼는 것처럼 보였달까
밤이 되면 ㅂ이 속한 모든 채팅방에는 동일한 내용의 사건으로 도배되기 일쑤였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그걸 재미있어하기도 하고 싫증내기도 했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지
그에게 무슨 사연과 배경이 있는지 어떤 사랑을 했는지 궁금해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나는 그를 공부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첫째 ㅂ은 눈이 맑다
맑다는 것이 얼핏 투명하다는 것처럼 생각되기 쉬우나 의중을 알 수 없음이 내가 보는 맑음의 정의에 가까울 것이다
누군가는 선한 눈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강물도 멀리서 보면 맑아 보이니까
둘째로는 항상 같은 브랜드의 생수를 마셨다
그는 물을 마실 때마다 병의 라벨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문질렀는데 꼭 무언가를 지우는 사람 같았다
한 번은 왜 그것만 마시냐고, 또 왜 라벨을 문지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ㅂ은 별 이유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름이 마음에 안들어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오래된 영화를 떠올렸다
상대를 부르는 호칭이나 이름, 사랑의 방식까지 이상해하던 주인공들이 떠올랐고
셋째로 ㅂ은 타인의 불행을 이야기할 때만 유독 목소리가 낮아졌다
평소에는 웃음소리도 크고 걸음걸이도 부산스러운 사람인데
누군가 망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꼭 성당에라도 들어온 사람처럼 조용해졌다
마치 슬퍼하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경건해지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를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흔히 악의를 날카로운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칼이나 송곳처럼 드러나게 튀어나와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ㅂ의 악의는 지나치게 둥글었다
손에 쥐어도 다치지 않을 만큼 매끈했고
오히려 오래 만지고 있으면 체온이 옮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그날도 새벽 세 시쯤이었다
ㅂ은 평소처럼 단체 채팅방에 누군가의 사진과 캡처본들을 올렸다
사람들은 몰려들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농담과 욕설과 추측들이 떠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반응이 느렸다
읽는 사람은 많았지만 말을 얹는 사람은 적었다
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뒤
익숙한 프로필 하나가 천천히 올라왔다
이거 우리 형 이야기인데
채팅방은 몇 초 동안 완전히 멈춰 있었다
그 정적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ㅂ이 숨 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곧이어 사람들이 하나둘 메시지를 지우기 시작했다
웃던 이들은 사라졌고
변명들이 늦게 도착한 눈처럼 듬성듬성 떨어졌다
그날 이후 ㅂ은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가져오지 않았다
가끔 접속은 해 있었지만
읽음 표시만 남긴 채 조용히 사라졌다
그의 태도에 변화가 생기기에는 너무 작은 계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
이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도 참 웃기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다음부터 시작되었다
원래는 늘 말이 없던 ㄷ이
어느 날 갑자기 링크 하나를 올렸다
얘네 결국 헤어졌대 하하
애초에 여자가 아쉬웠지
누군가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고
다른 누군가는 기다렸다는 듯 캡처본을 가져왔다
며칠 뒤에는 ㅅ이 새로운 이야기를 물어왔고
ㅇ은 누가 울었다더라 누가 망했다더라 하는 말들을 능숙하게 이어붙이기 시작했다
채팅방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늦은 밤까지 타인의 이름을 입안에서 굴렸고
누군가는 또 안타까워했고
누군가는 재미있어했다
문득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ㅂ이라는 사람을 소비했던 것이 아니라
ㅂ이 하던 역할을 필요로 했던 것인지도
혹은 누구에게나 ㅂ은 이미 존재했으며
우리는 돌아가며 그 역할을 맡고 있었는지도
아니라면 우리 모두가 ㅂ인지를 인지하지 못한 채
맑은 눈과 어떤 취향 낮은 목소리를 하고 살아가는지도
ㅂ은 어느사이 웃고 있을까
우리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동물인가
과연 우리는 태초에 먹어선 안되는 과일을 먹기는 한 건가
핸드폰은 어김없이 울리고
나는 그저 지끈거리는 이불깃을 머리 끝까지 쳐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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