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길다. 인생만큼 음악도 길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LMLL 시리즈를 시작한다.
LONG MUSIC, LONG LIFE.
긴 삶에 오래 남을 음악.
이 시리즈는 협업을 기반으로 한다.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가져오되, 서로의 음악 안으로 들어가 함께 완성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는 하헌진과 후추스다.
정웅의 말.
헌진과의 첫 만남은 오래 전 망원동 카바레사운드 작업실이었다.
동갑내기였던 우리는 처음 만난 날, 앰프도 연결하지 않고 블루스 잼을 했다.
이후 각자의 음악을 향해 걸었다.
건질 것이 별로 없는 곳에서 묵묵히, 오래 남았다.
자주 가는 집 근처 카페에선 헌진의 음악이 종종 흘러나왔다.
공연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노래들이었다.
블루스보다는 포크에 가까운 그 곡들은 EP <너의 행복>에 담긴 노래들이었다.
카페 에토라 사장님의 선곡이 나도 마음에 들었다.
헌진과는 여기저기서 마주쳤다. 어떤 술자리에서는 잔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따로 시간을 내어 만난 적은 없었다.
EP를 다 듣고 헌진에게 연락했다.
가까운 카페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고 작업실로 자리를 옮겼다.
발표하지 않은 내 작업물들을 들려주던 참이었는데, 이야기 끝에 맙소사.
헌진은 4년째 신곡을 발표하지 않았고 요즘은 곡도 쓰지 않는다고 했다.
난 보면 안다(고 자부한다).
툭 치면 음계가 쏟아질 것 같은 기운을 가진 사람이 왜 그러고 있느냐는 말이다.
그에게 각자의 곡을 싣는 스플릿 형식의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기타를 받아 든 헌진은 잠시 흥얼거리는가 싶더니, 역시 예상대로 금세 노래 하나를 지어냈다.
그에 맞춰 나도 새 곡을 쓰고, 서로의 작업을 발전시키며 과정들을 주고받았다.
헌진의 <어른이 된다는 건>은 마지못해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다.
<바람아 더 크게 불어라>는 구르고, 견디고, 버티어 내는 삶에 대해 노래한다.
푸념과 의지가 나란히 놓여 있다.
어느 정도 인생의 무게를 실감하며 살아가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디까지 온 걸까.
또 무엇을 견뎌내고 있는가.
거창하지 않지만 오래 버텨낼 사람들의 소리를 남긴다.
LONG MUSIC LONG LIFE, 음악은 계속된다.
헌진의 말.
정웅을 처음 만난 건 2009년 가을, 망원동의 한 레이블 사무실이었다.
당시 블루스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의 하나로 무작정 곡을 만들어 회사에 보냈고, 어쩌다 가게 된 그곳에서 걸출한 동갑내기 기타리스트 한 명을 만났다.
그는 정말 기타를 잘 쳤고, 내 시작은 처음부터 좌절이었다.
시간이 지나 정웅은 로큰롤 밴드에서 독립해 후추스라는 팀을 결성한다. 그 경위는 나도 모른다. 09년부터 딱히 교류랄 것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2026년이 되어 찾아온 정웅은 스플릿 싱글 앨범을 제안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정말 오랜만에 신곡을 썼다. 4년 만에 곡을 쓰다니, 나에게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구르다 어딘가 닿을 내 인생아",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가는 수밖에"
이 노랫말 속에 스물세 살의 청년 기타리스트는 없다. 어른이 되면 무언가 되어 있을 거라 믿었던 막연함은 막막함으로 바뀌었고, 인생을 살아보니 수많은 좌절과 슬픔이 있었다는 사실만 남았다.
그 사연이 무엇인지, 어떤 기억들이 쌓여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구르고, 부딪히고, 다시 나아가는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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