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부터 5학년까지, 4년 동안 배운 피아노가 기초가 됐다.
그걸 바탕으로 친형의 친구가 만든 데모곡을 분석하며 작곡을 시작했다.
부모님의 반대로 정식 음악 교육을 받지 못했던 나는
18세가 되던 해, 서점에서 가장 유명한 화성학 책을 사게 된다.
1994년의 이야기다.
책의 내용은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결국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앞부분만 반복해서 읽었다.
코드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게 내가 아는 전부였다.
그럼에도 멜로디는 계속 만들어졌다.
그렇게 30년이 흘렀다.
이루지 못했던 음대에 대한 로망과 자격지심이 뒤엉켜
나를 휘감기 시작했을 때,
나는 결국 음대 대학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주변에서는 물었다.
“이미 수백 곡을 만든 네가, 뭘 더 배우겠다고?”
그래도 나는 분명, 아직 배울 게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학원 생활.
내가 가장 먼저 선택한 수업은 화성학이었다.
가장 기초적인, 실용화성학.
1994년 그 책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교수님은 너무도 쉽게 설명해 주셨다.
내 머릿속에서 따로 놀던 조각들이
비로소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됐다.
내가 ‘너와 나’, ‘따라라’ 같은 곡들에서
메이저나 마이너가 아니라
리디안 스케일을 자주 사용해 왔다는 것을.
헛웃음이 났다.
내 멜로디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는지
모른 채 음악을 해왔던 것이다.
7가지 모드 스케일의 분위기를 기억하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일렉트로닉 트랩 비트를 찍어 반복해서 들었다.
그게 5번 트랙 ‘모드 (Mode)’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995년에 이 수업을 들었다면,
나는 지금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모드 스케일을 비트로 찍고 나니
지금까지 배운 복잡한 화성들을 바탕으로
일렉트로니카 힙합 곡들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게 지금의 나다운 방식이라는 걸.
이 여정을 함께해 주신 최영신 교수님과 이영임 교수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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